2026년 상반기 마케팅을 관통한 다섯 가지 흐름
지난 3월에 다룬 어드민 나이트(각할모)는 미라클 모닝처럼 혼자 하는 자기관리의 낮은 실행력을 ‘같이 있되 각자 할 일을 하는’ 느슨한 오프라인 모임으로 풀어낸 사례였다. 서로 간섭하지 않지만 곁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딴짓을 줄이고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공감을 얻었다. 4월에 소개한 셋로그는 잘 꾸민 브이로그 대신 2초씩 찍은 ‘날것의 순간’을 그대로 엮어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상반기에는 정샘물, 토니모리 등의 브랜드들이 선보인 다이소 전용 서브 브랜드가 화제였다. 흥행 이유는 단순히 저렴해서가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과 소용량’으로 부담 없이 경험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슷한 흐름은 소분 소비에서도 나타났다. 건강기능식품 구매자의 절반이 ‘소포장’을 우선 선택했으며, 이는 2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였다.
상반기에는 AI 관련 사례도 꾸준히 이어졌다. 마케팅 현장에서 AI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 경험은 크게 늘었고, AI의 퍼포먼스가 ‘인간을 능가하는 수준’이라는 체감 역시 1년 사이 세 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사례들을 함께 놓고 보면 더 중요한 사실이 보인다. 아몬드 브리즈는 AI 특유의 어색함(AI slop)을 스스로 풍자하며 웃음을 만들었고, 포르쉐는 오히려 AI를 배제하고 손그림과 3D를 결합해 브랜드의 감성을 강조했다.
가장 최근에는 성수동 옥외광고에서 시작된 무신사와 지그재그의 신경전이 화제가 됐다. 여기에 원티드, 29CM 등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브랜드들까지 댓글로 참여하면서 하나의 놀이처럼 확산됐다. 해외에서는 킷캣이 신제품을 실은 12톤 트럭을 도난당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당황하기보다 자사 슬로건 'Have a Break'를 활용한 유머러스한 성명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사례는 레오 토론토와 유니세프 스페인이다. 레오 토론토는 도수를 단계적으로 낮춘 6캔 패키지로 금주의 부담을 줄였고, 유니세프 스페인은 페스티벌 손목밴드에 남은 잔액을 탭 한 번으로 기부할 수 있도록 만들어 참여의 문턱을 크게 낮췄다.
DMC리포트가 상반기에 선별한 마케팅 사례들을 다시 돌아보니 공통된 흐름이 보였다. 소비자는 더 자연스러운 관계를 원하고 가격보다 본질적인 가치를 따지며, AI라는 기술 자체보다 브랜드가 그것을 어떤 맥락에서 사용됐는지를 중요하게 여겼다. 또한 브랜드에는 빠르게 반응하는 민첩함과 소비자가 부담 없이 행동할 수 있도록 경험을 설계하는 역량이 점점 더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었다.